170조 불법은 ‘외면’, 20조 합법만 ‘난도질’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폭탄’은 처방부터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10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정부는 사행산업 시장규모가 최근 2년 연속 20조를 초과하면서 도박중독 자살 범죄 등 각종 사회적 부작용이 확산되는 것은 합법 사행산업 때문이라며 강도 높은 규제강화를 역설했다.

그러나 한국형사정책연구소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불법 사행산업의 매출규모는 합법 사행산업의 8배가 넘는 170조 원 규모다.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커졌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고 있는 불법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 ⓒ프레시안

#판돈이 3조 원에 이르는 도박사이트를 서버를 영국과 일본에 두고 최소 1500억 원을 챙긴 일당 7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0월 18일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2개 조직의 운영자 등 70명을 검거해 19명을 구속하고 5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확인된 도박꾼만 5만 명을 웃돌고 이들 중에는 공무원과 군인, 의사, 은행원, 고등학생 등이 끼어 있었다. 1000만 원 이상 베팅한 도박꾼이 2000명에 달해 처벌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17년 10월 16일 1조 원대 규모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온 유흥업소 종업원 출신의 부부와 운영진 등 14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일본에 서버를 둔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와 바카라 사이트 등을 개설해 국내, 중국, 필리핀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며 6000여 명의 회원들로부터 도박자금 1조 원 이상을 입금 받은 혐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9월 26일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사이트 보안책임을 맡은 프로그래머 안모(36)씨 등 59명을 검거하고 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약 4조 8000억 원을 입금받아 40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해외에 사이트를 두고 불법 온라인 도박을 저지르다 경찰에 검거된 사례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경찰 외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등의 불법 도박 차단 활동은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들의 불법도박 문제도 초등학교 교실까지 모바일게임이 침투하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사감위 등 관계 기관의 대응은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형사입건된 청소년 숫자는 2014년 110명, 2015년 133명, 2016년 347명으로 급증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감위를 비롯한 관계 당국과 기관은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신고행위 등은 거의 범죄행위 차단을 위한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사회는 지난 2011년부터 매출총량제 규제 때문에 7년째 7조 원대 매출에 머물고 있다. ⓒ마사회

청소년들의 도박중독 문제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사감위는 지난해 12월 26일 청소년 도박중독 예방대책으로 지역도박중독 상담센터를 확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처럼 불법 사행산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의 진단과 처방은 불법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는 합법 사행산업 위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불법 시장이 팽창한다는 점이다. 

마사회는 지난 2011년 매출 7조 원에 올라섰지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7년째 7조 원대 매출에 머물러 있으며 강원랜드도 지난 2007년 1조 원 시대를 열었지만 매출총량제 때문에 11년째 1조 원대에 머물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12월 14일 ▲2016년 사행산업 총매출 22조 원 ▲2016년 사행산업 성장률(7.2%)이 경제성장률(2.8%) 훨씬 초과한다며 더 강력한 합법 사행산업 규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8년 제3차 사행산업 건전화 발전계획수립을 앞두고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재설계를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현재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합법사행산업 7개 분야’는 7개 분야는 카지노, 경마, 경륜과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 등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합법 사행산업 규제정책은 처방과 진단이 잘못된 것으로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합법 사행산업을 억제하면서 국민들을 오히려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해외에 서버를 둔 온라인 도박으로 수조 원 대의 수익을 올리는 불법 사행산업의 문제점을 외면하고 합법 사행산업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호도하는 정부의 대응이 문제”라며 “합법을 규제할수록 불법만 커지는 풍선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희 연구원은 “정부의 사행산업 건전화 방안은 균형감각을 상실하고 있다”며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사행산업 건전화 대책은 기존 합법 고객들이 불법으로 넘어갈 우려가 많은 발상”이라며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고액 베팅자들을 위한 별도의 온라인 게임을 제공해 외국인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업무를 주도하고 있는 사감위는 지난해 출범 10년을 맞았다. ⓒ사감위

그러나 정부당국은 합법 사행산업 규제가 타당하다는 억지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국무조정실 정훈 성과관리정책관은 “합법 사행산업이 너무 비대해지기 때문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불법 사행산업의 문제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법안과 제도역시 보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불법 온라인 도박은 대도시와 중소도시는 물론 강원랜드 인근의 민박집, PC방까지 침투해 도박중독과 범죄를 양산하고 있지만 당국은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